캔버스 위에 연필이 아니라 명주실을 붙여서
밑그림을 그리고 핀을 꽃아 구도를 잡습니다.
이제 그 명주실과 핀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캔버스에 나무껍질을 붙여 나갑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캔버스 위에
당당한 소나무가 그려져 있어요.
화가 박환(60) 씨는 이렇게 그림을 그립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는 촉망받는 화가였어요.
그러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그의 시력과 함께
다양한 것을 앗아갔어요.
화가에게 눈은 무엇보다 소중한 신체지만
그는 시각장애 1급으로 눈앞을 비추는 전등 불빛도
보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인데요.
절망한 그는 몇 번이나 생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용기를 내어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시력을 잃고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삐뚤삐뚤한 동그라미였어요.
그리고 그는 계속 그렸습니다.
손끝의 감각만 이용하여 텅 빈 캔버스를 악착같이 채워가며
본인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7년 1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어요.
대부분 관람객은 시각장애인이 그린 것을 모르고 왔어요.
관객들은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하며
그를 붙잡고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남들보다 몇 배는 더딘 작업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어요.
"예전에는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러나, 지금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림으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작업 내용도 행복과 희망에 관한 내용이에요."
불굴의 정신을 갖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 뜻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존경받기 마련인데요.
그리고 절망에 지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 희망을 나누어 줄 수도 있어요.
# 오늘의 명언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그러나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습니다.
- 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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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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